
이번에 소개할 게임은 날아라 슈퍼보드 환상서유기입니다.
허영만 화백의 만화 날아라 슈퍼보드를 원작으로 제작된 게임이죠.
제 어릴 적 추억의 단편중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게임이기도 합니다.
이 게임에 대한 추억은 소중한 추억이지만 성인이 되어 다시금 플레이해보니
반가움보단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군요.
환상서유기가 출시된 1998년은 IMF로 불리는 외환 위기가 진행 중이었습니다.
많은 사람들에게 아픔을 주고 트라우마를 심어준 안타까운 사건이었죠.
이 게임 속에도 냉혹한 현실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던 까닭입니다.
환상서유기는 전형적인 RPG이지만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.
20년도 더 된 게임이지만 깔끔한 3D 그래픽을 자랑합니다.
깔끔한 인형 같은 캐릭터와 배경 조형은 마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보는 기분이에요
그리고 차별화된 특징은 캐릭터의 대사 창인데 이게 참 특이하죠.
캐릭터들의 대사를 말풍선처럼 표현했는데 이게 꽤나 재미있습니다.

먼저 캐릭터마다 대사창 색이 달라서 보기가 상당히 편합니다.
각 캐릭터의 퍼스널 컬러라고나 할까요?
게임을 마치고 나서 해당 색을 보면 환상서유기 캐릭터가 생각나기도 했답니다.
소소하지만 재밌는 개그가 많이 나오는데 대사만 나오는 게 아니라
캐릭터의 상황이나 대사에 따라 말풍선이 커지거나 작아지는 등 연출에 활용하여
몰입도를 더 높였습니다.

명색이 RPG인 만큼 전투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겠죠.
전투 방식은 턴제입니다.
맵을 돌아다니다가 그 자리에서 전투가 발생하는 전형적인 JRPG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요.
전투는 재미있습니다.
모션도 부드러운 편이고 턴제 특유의 방향 판정도 있고
무엇보다 타격감이 끝내줍니다.

RPG 하면 기술을 뺄 수 없겠죠.
환상서유기에서 각 캐릭터의 기술은 마법 또는 특기로 구분됩니다.
각 기술에는 캐릭터의 특징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으니 보는 맛도 제법 쏠쏠합니다.
예시로 한 캐릭터는 평소엔 마법사로 활약하다가 불을 맞으면 수인으로 변신해 전사 캐릭터로 변모한답니다.
게임 전체적으로 음악 퀄리티가 뛰어난데 그중 첫 번째 전투 음악이 유독 기억에 남습니다.
싸울 맛이 난다고나 할까요.
턴제는 특성상 금방 지겨워질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것 같습니다.
여담입니다만 게임 첫번째 전투 음악은 HOT의 We are the Future 도입부와 거의 같습니다.
듣는 맛이야 있지만 저작권 여부는 알 수 없다고 하니 뭔가 찝찝하기도 하네요.

전투에 장점만 있는 건 아니랍니다.
밸런스가 엉망이에요.
후반에는 오히려 게임이 쉬워지는 부분도 문제겠지만
초점은 초중반에 맞춰야 합니다.

1. 새로운 동료가 파티에 가입한다면 무조건 레벨 1부터 시작
2. 파티가 나뉘었는데 한쪽이 지나치게 약한데 적은 오히려 더 강하거나
앞서 말한 이 두 개도 원활한 진행을 방해하는데 충분하죠.
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답니다.
통상 전투엔 많아야 적이 넷에서 다섯인데
적이 엄청나게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요.
이 세 개가 한 번에 겹치면 정말 난리 납니다.

패러디가 제법 많이 들어있습니다.
옛날엔 이런 게 많았죠. 두 가지만 얘기해볼게요.
한 NPC는 이름이 L.S인데 금방 루크 스카이워커의 약자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.
포스는 어쩌고 저쩌고 떠들거든요.
장비 물품 중에도 패러디를 찾아볼 수 있어요.
바로 빔샤벨 같은 건담 관련 장비들이죠.
게임 내 성능은 최강이랍니다.
예전 게임들에는 치트키가 들어있는 게임이 많았어요.
유명한 스타크래프트나 디아블로2에도 치트키가 있었죠.
이 환상서유기에도 치트키가 있답니다.
위에 언급한 건담 장비들을 포함해 최강 무기들도 치트키로 얻을 수 있고
기술을 전부 습득하거나 돈을 획득할 수도 있죠.
이 게임을 여러 번 클리어하면서 치트를 몇 번 써봤는데
최강 장비만 안 건드린다면 제법 재밌더군요.
직접 즐겨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작중에 언급된 지역과 인물, 또 다른 동료 등등
미구현된 부분이 너무나도 많습니다.
날아라 슈퍼보드를 원작으로 한 만큼 슈퍼보드가 등장하는데
작중 초중반에 슈퍼보드 섬이라는 장소가 언급됩니다.
하지만 갈 수 없었습니다.
수많은 부분 중에서도 이게 가장 아쉬웠어요.
제작진은 NPC로도 등장해서 악화일로였던 당시 상황에 대해 토로하기도 하죠.
게임에 공들인 정성이 엄청났는지 기다란 대사를 보고 있자니 마음 한 구석이 먹먹해질 정도였는데
당사자들은 오죽했을까요.

환상서유기는 미완성인 RPG입니다.
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물이 너무나 훌륭했기에
현재까지 회자되는 거라 생각해요.
코믹하고 자극적인 요소가 없으면서 재미있는 전투를
원하신다면 추천합니다.